제이라이프스쿨
내용
가시해파리는 군체를 이루는 생물이다. 군체는 작은 개체들이 모여서 하나의 모양을 이룬다. 같은 개체들이 모여 어느 집단은 다리가 되고, 어느 집단은 머리가 된다. 어느 하나 바르게 기능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생물이다.
누구나 시련을 만난다. 나에게는 7월 29일 금요일이 그런 날이었다. 아침에 내린 비에 널어놓은 빨래가 몽땅 젖어버린 일은 전조에 불과했다. 세탁기에 세제대신 식초를 넣어버렸을 때에도 그냥 웃어넘겼다. 빨래와 함께 그저께 산 책이 함께 세탁되고 있는 걸 본 뒤에도, 재밌는 이야깃거리 하나를 더 얻었다며 좋아했다.
어지간한 일에는 마음을 쓰지 않는 편임에도, 사소한 일이 누적되자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집은 승강기가 없는 4층인데, 오늘은 12층이었다. 처음에는 지갑 때문에, 그 다음에는 어제 지갑에서 빼놓고 깜빡한 카드 때문에, 마지막에는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건물 출입문이 고장나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에는 웃음기와 여유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기다리는 시간 내내 계단에 앉아 출입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부분을 더하면 전체가 된다. 문장이 합쳐져 문단이 만들어진다. 설거지통에 그릇이 쌓여가듯 짜증이 쌓여갔다. 전환이 필요하다고 되뇌면서도, 나쁜 생각에 매몰되는 나를 보았다. 관성이 생겨서 보고싶은 것만 보게 된다. 버스가 오늘따라 늦는다. 진작 도착했을 시간인데. 날도 덥고 끈적끈적해. 첫인상인데! 오늘은 완전히 망쳤어!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인 순간이 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빠짐없이 화나는 일 뿐이었는데, 3시간의 강의가 24간을 전부 바꿔버렸다. 부분이 전체를 바꿨다.
강의는 짧은 이야기들의 합으로 구성되있었다. 말을 배우러 왔지만 말을 배우지 않았다. 그저 웃고, 이야기했다. 나만 수강생이 아니어서 조금은 어색했지만 금새 편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었다.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 내가 오른쪽 끝 의자에 앉았는데도 놀라울만큼 답답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 시간이었다.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작은 것이 전체를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세상을 이루는 부분인 내가 어떻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배웠다.
큰 그림을 그리려다보면 사소한 부분을 놓칠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전체를 망치기도 한다. 변화는 사소한 부분에서 온다는 점을 배웠다. 내일부터는 설거지를 미루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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