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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라이프스쿨

제목

안 다녀본 학원이 없던 영어학원러의 제라스 체험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9.17
첨부파일0
추천수
2
조회수
1898
내용
수능 끝나고 바로 달려간 곳이 영어회화학원이었을 만큼, 영어회화는 나에게 일종의 숙원 같은 것이었다. 아무리 단어를 많이 외우고 문법 공부를 해도 말이 입에서 터지질 않았다. 특히나 나의 자신감 없고 소심한 성격이 거기에 또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는 영문학을 복수전공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서 난 또한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들이 너무 영어를 잘하는 거였다. 영어강의, 난 따라가기도 바쁜데 숨소리부터 네이티브 같은 사람들이 익스큐즈미 썰, 하면서 뭐라고 쏼라쏼라 한다. 난 더 자신이 없어졌다. 어쩌다 교수님께 아이컨택을 당해 내가 뭔가 영어로 말해야 할 차례가 오면 말문이 턱 막히는 것이 쥐구멍에 숨고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어떻게든 원어민이 있는 곳으로 가서 입을 터야겠다 싶었다. 종로에 유명한 P학원 Y학원부터 C학원 학교앞의 N아카데미까지, 회화를 가르친다고 하는 곳을 참 많이 가봤다. 전화영어도 알아보고 홍대 근처에서 진행된다는 언어교환 카페도 알아봤다. 하지만 내 실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어학연수라도 가고 싶었지만 6개월 이상 해외에 나가있을 수 있을 만큼 내 여건이 넉넉치는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남자친구가 무슨 특강을 듣고오더니 무슨 영어학원이 엄청 좋다고 자기는 바로 등록하고 왔다는 거였다. 오빠의 귀가 상당히 얇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라서 어디서 그냥 좋은 소리 듣고 와서 잠깐 그러는거겠거니 했지만 자꾸 나도 같이 다녔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반신반의 하면서 일단 영어스피치 수업 청강을 들어가보기로 했다.

첫 소감을 가감없이 말하자면... 요상했다. 생전 처음보는 옆사람 어깨를 주무르라질 않나, 앞사람 손을 잡고 칭찬을 하라질 않나. 게다가 사람들은 죄다 엄청 밝고 친화적이었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나 좋은 소리만 해댔다. 수업 내용도 경제적 사회적 이슈, 시사토론 같은 것이 아니라 배움의 철학, 인생이야기 같은 것이었다. 뭐 들으면 좋은 얘기이긴 하지만 저게 영어 스피킹 실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한달 들어보기로 했다. 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말고.

수강신청을 하고 처음 수업에 들어가니 선생님께서 조를 짜주셨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리가 아니라 관심이다.' 선생님은 조원들 얼굴을 서로 잘 익혀두고 서로 잘 챙겨주라고 하셨다. 단체카톡방도 만들었다. 출석체크는 조별인증샷 촬영을 통해 이루어졌고 우린 우리조 나름의 이름도 만들어 소속감을 다졌다. 

수업은 짝활동과 작은 발표들로 이루어졌다. 전에 다니던 회화학원에서 수강생들에게 말할 기회가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곳은 조금 색달랐다. 한국어든 영어든, 수업시간엔 계속 말을 해야했다. 뭐 물론, 시사, 경제 같은 어려운 내용이었다면 뭔갈 뱉어내길 주저했겠지 하지만 질문은 이런 것들이었다. '노련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렸을 적 꿈이 뭔가요?' '지금 하는 일이 즐겁다고 생각하나요?' 지금껏 내가 쌓아왔던 경험들을 찬찬히 돌아보며 우리말로 답을 했고, 그걸 영어로 표현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답한 내용들은 매일 영어로 녹화를 해서 카페에 업로드 해야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수있는.. 수업의 중심 컨텐츠는 오프라 윈프리, 스티브 잡스, 닉 부이치치 같은 명사들의 강연이었는데, 사실 난 이전에 이런 종류의 강연을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많이 들어보지도 않았다. 그때 왜 그랬는가 생각해보니,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 같고 그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나와 너무 멀게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그런 명사들의 강연을 잘게 쪼개어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정도로 만들어주셔서 아 그게 이말이었구나 하게 되었다. 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그걸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난 원래 조금 삐딱하고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매일 듣다보니 내 자신이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내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영어 스피킹 실력이 늘었던 것이었다. 물론 정말 잘하는 친구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이제 적어도 누가 말 시키면 입도 못떼고 어버버하지는 않는다. 어..어.. 하는 횟수도 꽤 줄어들었다. 전엔 내 무능한 실력을 감추려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방어전략을 썼다면, 지금은 틀려도 뭐라도 말하려고 한다. 이게 나한테 있어서 가장 큰 변화같다. 

아, 선생님 소개를 안했는데.. 이 쌤은 MBC 영어강사 공개 오디션에서 1등을 하신 분이고 세바시 강연에도 출연하시고 여기저기 강연도 많이 다니시는 분이다. 다른 현직 영어강사님들도 쌤의 강의를 들으러 올 정도로.. 어떻게보면 굉장히 프로페셔널 해보이시는 분 같은데 또 어떻게보면 또 굉장히 인간적이고 친숙하시다. 내가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얼마나 여길 더 다닐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가능하면 계속 다니고 싶다.

P.S. 이런 좋은 곳을 소개해준 건상오빠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프다. 오빠가 좋다면 진짜 좋은 곳은데, 왜 진작에 몰라봤을까! 이제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다. 늘 내 꿈과 미래에 하나라도 더 보탬이 되려고 해주는 그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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