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회화
“영화.. 좋아하세요? “
“네! 엄청 좋아해요.”
“그럼..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에요? 인생영화?”
“‘어바웃타임’ 이요! ‘매일 매일 열심히 사는 것. 마치 그 날이 내 특별한 삶의 마지막
날인 듯이.’”
이 대사를 정말, 아 진짜 정말 여러 번 말해보며, 내가 이 대사를 영어로 외워서, 감정을 넣고, 마치 내 이야기인 마냥 말할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그저 필사해보고, 영화 보며 따라 말해보고, 인스타에 영화 장면을 업로드 해보았을 뿐…
이런 기회를 준 수업이 “영화회화” 였다. ‘다음달 수업은 뭘 듣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레이첼 맥아담스의 포스터였다. 대박사건! 이 절묘한 타이밍에 수업내용이 ‘어바웃타임’ 이라니. 일단 등록부터 했다. 그렇게 제라스제 졸업할 때 까지 ‘어바웃타임’과 ‘인사이드아웃’을 함께 했다.
이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냥 대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영어 연기 수업의 느낌이랄까? 제라스에서 강조하는 ‘암기, 연기, 이야기’ 3단계 중에 연기를 엄청나게 해볼 수 있다. 영화를 쉐도우스피킹 해보고, 자막없이 더빙도 해보면서 적어도 몇 번 이상 영화에 나오는 모든 대사를 말해볼 수 있다. 아니 연기해 볼 수 있다. 한국사람인 내가 헐리웃 배우가 된 느낌이랄까? 1년 동안 6편의 영화를 다루지만, 영화를 가지고 영어를 가지고 노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다른 영화도 충분히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속의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해서 인지 이 수업은 온통 ‘chatty’들 뿐이다. 일단 티나부터 말이 많다. 어찌나 말이 많은 지 수업이 제 시간에
끝나면 박수 칠 일이 되어버렸다. 근데 이 현상이 티나 때문만 일까?
“앞사람과 이야기해볼 시간 1분 드릴게요.” 1분
안에 끝나질 않는다. 그냥 선생님과 학생 모두가 말이 많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원래 말이 많은 사람들인가 보지. 나는
소극적이어서 한국말을 할 때도 말이 별로 없는걸…’ 아니다. 말이
많던 사람들이 아니라 말이 많아진 것이다. 말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원래
해야하는 미션보다 더 매력적인 보너스미션이 그 비밀이다. 때로는 상금이, 대부분은 뿌듯함 백만개가 함께하는 오늘 있었던 일 영어로 일기쓰기! 이
것이 당신도 ‘chatty’가 될 수 있는 비밀이다. 반드시
해야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한 두 명씩 단톡방에 올리는 걸 보면, 나도
한번 써볼까? 라는 생각에 카톡과 네이버사전을 오가며 영어일기를 쓰고있는 나를 볼 수 있다. 그렇게 올라온 일기들을 티나는 (아, 쌤 이름이 티나다. 크리스티나 줄여서 티나) 다 읽고 온다. 그러고선 수업시간에 물어본다. ‘제임스, 어제 그거 어땠어요?’
굳이 티나가 묻지 않더라도 앞사람이랑 이야기 할 기회가 온다. 영화회화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좋아하는 그 질문.
‘What did you do last weekend?’
그런데 난 어제 내가 뭘 했는지 보너스 미션에서 썼다. 그럼 그냥
그걸 말하면 된다. 이게 우리가 모두 chatty가 되는
이유이다. 내 ‘이야기’를
영어로 말하고 있다. 위에 말한 3단계까지 도달한 느낌?
“영화.. 좋아하세요? “
“네! 엄청 좋아해요.”
“그럼 영화 막 여러 번 보고 그래요?”
“네.. 사실 너무 좋아하다
보니 잠깐의 시간만 나도 영화관에 가려고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피곤할 때도 있고, 영화관 의자도 너무 편해서 졸 때가 많아요. 그래서 한 번 더 봐야되요.”
사실 내가 같은 영화를 또 다시 보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영화.. 좋아하세요? “
“네! 엄청 좋아해요.”
“그럼 영화 막 여러 번 보고 그래요?”
“네! 막 자막을 봐야하는데
가끔 ‘어? 나 저거 아는 표현이야. 이거 내일 수업가서 자랑해야겠다. 영화보면서 들렸다고!’ 이러다보면 자막 안 보고 영어 들으려고 집중하다가.. 영화가 이해가
잘 안되서 다시 볼 때가 있어요. 아직 자막 없이 볼 수준은 안되서…”
영어는 공부해야 할 학문이었다. 학원에서 수업 듣고, 단어 외우고, 숙제하고. 이걸 다 하면 오늘은 영어는 그만 써야지 하게 되는 공부해야 하는 학문.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잘하고 싶어서 주변에서 기회를 찾게 만드는 녀석이 되었다. 지금 영어를 잘 하고 싶어서 이 후기 저 후기 찾아보다 이 글까지 읽고 있다면, 그냥 일단 청강이라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공짜다. 어차피 본인이 느끼고 본인 스스로 판단하는 거니까.
대신 이것만 염두하고 올 것. 수다쟁이가 될 수도 있으니 목을 좀 가다듬고 와야하며, 한 시간으로 영화를 다 볼 수 없으니 이 영화를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다른 영화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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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예쁨
호윤쓰..
7 년전
수줍어하던 미소는 어디가고!! 즐겁게 수업 들으면서 이제는 영어로 가볍게 수다를 떨 수있는 편안한 맘이 생겼군요!! 그리고 후기 wow!! 한줄한줄 정성들여 꾹꾹 눌러쓴게 보이네유 >_< 영어 수다쟁이가 된 호윤쓰와 조만간 새로운 수다 함께 나눠보고싶네여 (아시다시피 저도 한 입 하지않슴꺄? ㅎㅎㅎㅎ) 멋진후기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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