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라이프스쿨
움찔.
손가락을 멈췄다.
할까, 말까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내 이름을 적어냈다.
일단 저질렀다.
스피치는 금요일인데, 월요일인 지금부터 이렇게 떨리면 금요일에는 어떡하나..집 가는 길은 이런 생각 뿐이었다.
그 날 저녁, 운동을 하러 가는 길에 상상했다.
내가 스피치하는 모습을,
그리고 상상 속의 내가 하고 있을 만한 이야기를 대본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화요일이 됐다. 월요일에 만든 대본이 매끄럽지 못한 것 같아 살을 더 붙였다.
수요일이 됐다. 화요일까지 만든 대본을 다시보니, 영화회화에서 배운 표현과 바꿀만 한 문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꾸면 같이 들었던 분들이 훨씬 빠르게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목요일이 됐다. 갑자기, 갑자기 내 대본이 "나 한국에서 영어배웠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좀 더 어려운 단어를 빼고 외국인들이 정말 쓸 만한 표현을 찾고 싶어 YOUTUBE를 뒤졌다. 영상의 도움을 받아 대본을 수정했다.
금요일이 됐다. 제라스 앞까지 도착했는데, 도저히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제라스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다 돌아서 디톡시를 지나가는데 저 멀리서, 같은 조 유정이가 보였다. '아 들어가야겠구나...^^'
그리고 스테이지에 올라섰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는 실수를 했다. 상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꼈다.
그런데,
그럼에도 이 날 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큰 지지를 받았다.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준 박수를 아직도 기억한다. 이상했다. 내가 상상하던 화려한 모습과 달랐는데..
그래서 아쉬웠다. 스피치의 뒷 맛이 씁쓸하던 찰나, 티나쌤이 박수를 치며 날 향해 웃고계셨다. 눈빛이 말해주었다. 수고했다고..
내 스피치에는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있다고 칭찬까지 해주셨다.
그래서인지 자책을 시작하려했던 머릿속이 점점 행복으로 바뀌었다.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내 다음 도전이 두렵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스피치를 하시는 분들을 봐오면서 나는 '저 무대는 나와 맞지 않다'고 느꼈다. 누군가 앞에서 말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평생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 선뜻 해봐야겠다는 다짐 역시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한 친구의 스피치가 나를 변화시켰다. 그 친구의 스피치를 보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나를 변화시킨 그 친구는 노래를 참 좋아하는 친구다. 혼자 노래를 자주 부르는데, 사람들 앞에서 노래부른 경험이 거의 없다고..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준비해 온 MR을 틀었다.
바로, 그 스테이지에서 그녀는 도전을 시작했다. 이유는..
누군가가 자신을 보면서 도전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그 친구는 알까요?
한 달전,
제가 그 도전에 힘을 내서 스피치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사실을요.
고마워요, 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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